[중앙일보] “복지수요 감안하면 증세” 법인세 인상 6:3서 8:1로
작성자 중앙일보
등록일 2017-06-01 12:47:21
조회 351
첨부파일 이슈배틀.png(535.5 KByte) - download : 47

2017 이슈 배틀 ③ 기업 법인세 부담 높여야 하나

한국인은 흔히 ‘다름’과 ‘틀림’을 혼용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가 아니라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진영논리가 판치는 까닭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선 국가 개혁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중앙일보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코리아’의 하나로 ‘2017 이슈 배틀’ 시리즈를 시작한다. 가장 첨예한 이슈를 골라 ‘틀림’이 아닌 ‘다름’의 토론 현장을 배틀 형식으로 생중계한다. 세 번째 주제는 ‘법인세 인상 논쟁’이다.



1 Round
세계 각국 법인세 인하 경쟁에도
9명 중 7명 “인상하는 게 맞다”

◆사전투표=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국정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허니문’은 짧다. 정부조직 구성을 마치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분열의 씨앗이 될 사안이 적지 않다. 법인세 인상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대기업 법인세 감면 정비, 최고세율 인상 등을 공약했다. 국세에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더 걷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와 기업의 부담을 키워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것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우리 사회 지성 10인에게 의견을 물었다.

새 대통령을 맞이 한지 사흘째였던 5월 12일. ‘2017 이슈 배틀’ 세 번째 토론이 열렸다. 이날 주제인 ‘기업의 법인세 부담(비과세 축소나 최고세율 인상 등 전반적인 부담 증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음)을 높여야 하는가?’를 놓고 사전투표를 한 결과 인상론에 무게가 실렸다. 7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최근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인 연방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판정단에서도 ‘의외의 결과’라는 평이 나왔다.




2 Round
“한국만 올리면 세수 줄어들어”
인상안 지지 1명, 반대로 돌아서

◆전문가 의견 청취=인상론을 편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가 선공에 나섰다. “생각처럼 투자와 고용은 법인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법인세율이 1%포인트 낮아지면 투자가 0.05% 정도 증가한다는 게 일반적인 연구 결과다. 반면 1%포인트 올리면 4% 정도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다. 자본의 해외 유출도 기우다. 투자 입지를 결정할 때 시장의 크기가 중요하지, 세금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자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MB정부가 법인세를 낮췄다지만 반대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입법도 많이 했기 때문에 인하 효과를 제대로 못 봤다”고 말했다.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최고세율은 낮췄지만 최저한세율( 최소한의 세율 아래로는 감면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은 도리어 올렸다. 일부 투자세액 공제율도 낮췄다.”

강 교수는 “세계 각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평균 실효세율은 낮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각종 공제·감면 혜택을 차감하고 실제로 내는 법인세액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4.2%(지방세 포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지만 평균실효세율은 18.0%로 하위권이다. 또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도 3%로 OECD 평균보다 낮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가 높다고 보긴 어렵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실효세율은 계산하는 방식이 워낙 많아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고 말했다.

“법인을 둘러싼 다른 세제를 손보는 게 먼저다. 진짜 문제는 법인의 이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세금을 제대로 못 걷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배당금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이득에도 한국은 과세하지 않는다. 국가별 자본소득세를 비교해보면 한국과 체코, 멕시코 정도만 0%다.” 강 교수는 “자본소득세율 인상에 공감하지만 당장 실행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의 확대, 내수기반의 위축, ‘고용 없는 성장’ 등을 고려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국내총생산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로 우리가 이상적 모델로 언급하는 유럽의 복지국가 체계와 전혀 다르다”며 반박에 나섰다.

“미국이 최고세율을 35%에서 15%로 내리겠다고 선언했고, 독일·영국 등도 인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만약 인상하면 한국은 현 시점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법인세를 올리는 나라가 된다. 다국적기업의 경우 지역별로 이익을 어디서 더 낼 지 조정할 수 있다.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가 자리를 떴다. 두 번째 투표에선 한 명의 판정단이 생각을 바꿨다. 법인세율 인상에 찬성했던 판정단①은 “전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만 높이면 국내외 기업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지적에 공감했다”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3 Round
“해외사업·수출 비중 높은 대기업만 감면 혜택”
“일자리 문제 더해 세금 올리면 기업 큰 부담”

◆집중토론=토론의 출발점은 ‘낙수효과 무용론’이었다.

“ 대기업은 각종 공제 혜택을 받으면서 사내유보금도 늘리고 있다. 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이익도 제대로 못 낸다. 이런 양극화의 원인 중 하나가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다. 그러니 임금 격차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낙수효과가 사라진 거다. 법인세 인상으로 조성된 세수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득 지원을 위해 써야 한다. 그래야 내수 확충과 세수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판정단⑤>

“2015년 기준으로 기업의 법인세 공제·감면액이 9조6000억원 정도다. 이 중 대기업이 받은 혜택이 75%다. 법인세 감면 중 비중이 가장 큰 게 외국납부세액공제다.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을수록, 수출이 많을수록 혜택을 많이 본다. 당연히 대기업이다. 실효세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대기업이 너무 우는 소리를 한다.”<판정단③>

반대 측에선 ‘왜 많은 기업이 법인세를 못 내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라’고 반박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기업 환경이 너무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기업은 적자를 내면 법인세를 못 낸다. 감면 혜택을 얼마나 받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세원을 더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판정단①>

“새 대통령이 공정거래질서 확립, 비정규직 문제 해결, 청년 신규 채용 확대 등을 공약했다. 하나 같이 기업엔 부담이다. 이 와중에 세금까지 더 내라고 하는 건 이중규제 그 이상이다. 이게 당장 기업을 압박하면서까지 긁어 모아야 할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 근로자의 소득도 증가한다. 왜 투표권 없는 법인만 잡나?”<판정단⑨>

그러자 판정단⑥은 “소득세수가 가파르게 늘어 법인세수와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고 있다”며 “조세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5년 전과 비교해 소득세수는 20조원 가까지 늘었지만 법인세수는 그대로다. 게다가 여러 감면 혜택을 줄이면서 국민이 받는 소득세에 관한 스트레스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 상대적 박탈을 그냥 두고 나라다운 나라를 논할 수 있겠나? 법인도 사회적 생명체다.”

반대 측에서 수십 년째 그대로인 부가가치세부터 손 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판정단⑦이 반론을 재기했다.

“사회안전망 확대가 중요하다는 것에 국민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다. ‘중부담 중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면 단계적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저소득층에 불리해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순서를 뒤로 미루는 게 맞다. ‘법인세→자본이득세→소득세→부가가치세’ 순으로 가는 게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판정단⑧이 기업의 해외 이탈 가능성을 거론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한국이 지금 누구와 경쟁하는지 냉정하게 보자. 전 세계가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낮은 법인세로 유인하는 마당에 한국만 빨간불에 건너려는 것이다.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건 정책 후퇴다.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이런 불확실성이다.” 이에 대해 판정단④는 “기업이 외국으로 나가는 이유는 세금 말고도 규제·임금·지가 등 많은 요인이 있다”며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본도 직접 투자보다는 주식시장 등에 몰려 있기 때문에 법인세 인상에 따른 이탈 충격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판정단②는 법인세율 인상을 중부담 중복지로 가는 트리거(방아쇠)로 삼되 이 참에 지방차등감면제를 도입하자는 기타 의견을 냈다. “ 법인세를 지역별로 달리 매기는 방안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100%를 내고 낙후지역은 덜 내는 개념이다. 법인세율을 인상하면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의 해외 이탈 우려를 줄이고,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참여정부에서 국무회의까지 통과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

2시간에 걸친 토론이 끝나고 최종 투표가 시작됐다. 전문가 의견 청취 후 입장을 바꿨던 판정단①은 다시 ‘찬성’으로 선회했다. 판정단⑧도 입장을 바꿨다. 법인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셈이다. 판정단⑧이 공감한 건 이 한 마디였다.

“ 어떤 정치인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일만은 안 하겠다는 입장이다. 늘어나는 복지수요 감안하면 우리가 갈 길은 분명하다. 법인세를 시작으로 정치권이 장기적인 증세 패키지를 만들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첨예한 이슈 ‘삼세판 토론’… 합의점 찾기 실험

’이슈 배틀’ 어떻게 진행하나
‘2017 이슈 배틀’은 치열한 토론 배틀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드러내 가되 합의도 모색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이를 위해 소속 대학과 전공·연령대가 다양한 10명의 교수로 판정단을 구성했다. 주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한 명의 교수가 사회를 맡고, 나머지 9명이 판정단으로 토론에 참여한다.

토론은 3라운드로 이뤄진다. 1라운드는 평소 판정단의 생각을 드러낸다. 2라운드에선 첨예하게 대립한 이슈를 대변할 각 진영의 전문가 설명을 듣고 판정단이 다시 입장을 정리한다. 3라운드에선 판정단이 스스로 참여해 토론해 보고 최종 입장을 정한다. 라운드마다 입장을 바꾼 판정단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밝힌다. 배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첨예한 이슈를 둘러싼 서로 다른 논리와 이해타산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다르고 타협점은 어디인가’를 찾아가게 된다.

‘2017 이슈 배틀’은 중앙일보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안민정책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SSK 네트워킹지원사업단이 주관한다.







이전글 [매일경제] OECD "韓, 세계 4번째로 ...
다음글 [중앙일보] “중국도 대북제재 동참 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