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검찰 밉고 경찰 못 미덥지만 … “경찰 기회 주자” 6 : 3서 8 : 1로
작성자 중앙일보
등록일 2017-06-30 10:09:19
조회 123
첨부파일 이슈배틀1.png(400.8 KByte) - download : 14



2017 이슈 배틀 ④ 검경 수사권 조정해야 하나


한국인은 흔히 ‘다름’과 ‘틀림’을 혼용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가 아니라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진영논리가 판치는 까닭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선 국가 개혁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중앙일보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의 하나로 ‘2017 이슈 배틀’ 시리즈를 시작한다. 가장 첨예한 이슈를 골라 ‘틀림’이 아닌 ‘다름’의 토론 현장을 배틀 형식으로 생중계한다. 네 번째 주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1 Round

“경찰로 수사권 넘겨야”
9명 전원 압도적 지지

◆사전투표=검사는 크게 수사 검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 검사로 나뉜다. 숫자도 차이가 나지만 검찰 내에서 공판 검사는 한직으로 치부된다. 대부분 수사 검사, 특히 특수부 검사가 되길 원한다. 검사의 힘이 수사(지휘)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 권력이 비대한 만큼 수사권을 경찰로 넘겨 힘을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경찰이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세 차례 정도 첨예한 힘겨루기가 있었지만 항상 승리는 검찰의 몫이었다. 남다른 검찰개혁 의지를 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사권 조정 협의체’와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를 꾸렸지만 두터운 검찰의 기득권을 뚫지 못했다.

이번엔 좀 다를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성역 없는 수사기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이 그 핵심이다. 6월 9일 ‘2017 이슈 배틀’ 네 번째 토론이 열렸다. 이날 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사전투표를 한 결과 판정단 9명 전원이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답했다.



2 Round

“경찰 권력 비대화도 위험”
3명이 현행 유지로 돌아

◆전문가 의견 청취=찬성 측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판정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업고 공세에 나섰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기소권·형집행권 등을 행사하며 형사사법구조 전체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전관예우, 제 식구 감싸기, 법조 비리 등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수사 가로채기 등 검찰과 경찰 사이의 불합리한 관행도 여전하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역할을 명확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반대 측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밀리지 않았다. 정 교수는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왜 이런 요구가 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불신의 출발점은 정치적 편향성이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건 청와대가 그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 최상층부도 마찬가지 아닌가? 수사권이 문제가 아니라 경찰이든 검찰이든 정치적 편향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수사기관 개혁의 최우선 과제다 .”

이에 대해 곽 교수는 “경찰과 검찰의 이중수사 때문에 1년에 500억~1500억원가량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4월 말 기준 경찰 11만7000명 중 약 18%인 2만1000명 정도가 수사 인력이다. 그런데 검찰 쪽에도 검사를 제외하고 약 8000명의 수사인력이 있다. 검찰이 대체 왜 마약수사까지 하나? 첨단 수사의 중요성이 커지니 검찰도 경찰도 디지털포렌식 등을 강화한다고 난리다. 이런 게 바로 예산 낭비고, 비효율이다.”

정 교수는 “경찰 권력의 비대화 또한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현재 경찰은 수사 말고도 치안·교통·정보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수사권을 넘기라고 말하려면 스스로 구조개혁부터 해야 한다. 사법경찰과 행정경찰 , 국가경찰과 지방경찰로의 분리 요구가 있지만 이런 건 또 경찰이 싫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검찰도 경찰도 아닌 별도의 국가수사청(가칭) 신설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가가 자리를 떴다. 두 번째 투표에선 세 명의 판정단이 생각을 바꿨다. 수사권 조정에 찬성했던 판정단⑦은 “검찰 개혁의 핵심은 수사권 조정이 아니라 인사 시스템 개혁에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다”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판정단⑧과 판정단⑨도 “공수처 신설과 수사권 조정을 동시에 개혁 과제로 추진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에 공감했다”며 “일단 공수처 신설에 힘을 싣고,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3 Round

“국민 원하는 건 수사권 조정 아니라
정치권력서 독립된 공정한 수사기관”

◆집중토론=찬성 쪽에 몰렸던 판정단이 입장을 바꾼 이유는 ‘경찰 역시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토론 초반엔 검찰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때론 호칭이 많은 걸 말해 준다. 법조계에선 검사를 ‘영감’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20대 검사조차도 그렇게 칭한다. 젊은 검사가 가니 50대 지방경찰청장이 가방을 들고 따라다녔다는 이야기가 자랑처럼 떠돌기도 한다. 지휘권을 무기로 검찰과 경찰 사이에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판정단④>

“심야나 주말 등 긴급한 사안이 있을 때 기동성 있게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영장이 없어 진행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검찰만 영장 청구를 할 수 있으니 현장 경찰의 판단이 무시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베테랑 경찰도 검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한다지만 중요하다 싶은 건 검찰이 독점하고, 심지어 수사 중에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 자신들의 조직에 불리한 내용을 덮는 것도 가능한 구조다.”<판정단③>

반대 측에선 경찰 조직의 환골탈태 없인 시기상조란 지적이 나왔다. 인권침해 방지, 수사력 강화 등 경찰 구조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수사권 조정도 단순한 권력의 재배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이다. 한국은 변호인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참고인도 피의자 취급하는 게 현실이고, 경찰·검찰을 오가며 이중수사에 시달린다. 조사과정 녹화제도 등이 도입되고 있지만 성범죄 등 일부에 한정된다.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겪어도 항변할 곳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권을 경찰에 몰아줬을 때 국민이 느낄 불안감 역시 상당하다.”<판정단⑧>

“검사동일체(검사가 검찰권을 행사할 때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피라미드형 유기적 조직체로 활동하는 것)란 말이 있는데 경찰 역시 경찰청장 지휘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계급 조직 아닌가? 검찰의 정치화를 걱정하는데 경찰은 안 그럴까? 지방에 살아 보면 경찰 고위층은 지역 내 유지다. 수사는 공정성이 핵심이다. 현 시점에서 전국에 파출소 단위로 뿌리내린 경찰이 수사권을 틀어쥐면 지역 권력자와 결탁하지 않고 올곧은 수사를 한다고 국민이 믿을까?”<판정단⑨>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엔 다수가 공감했지만 조정의 대상과 수준에 대해서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때 ‘검찰의 수사지휘권만 없애고 검경이 각자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절충안이 나왔다. 판정단⑥은 “공통된 의견을 정리하면 ‘검찰은 밉고, 경찰은 못 미덥다’는 것”이라며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다면 독립된 두 수사기구 체제로 가면서 경찰에 변화의 기회를 주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판정단⑤는 “기소권이 검찰에 있는 한 경쟁이 성립하기 어렵다”며 “경찰 비리에 대한 수사 기능만 검찰에 남기고 모두 경찰에 넘기는 게 맞다”고 응수했다. 판정단② 역시 “검찰의 ‘셀프 수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수사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기소와 공판에 집중하는 게 검사 본연의 역할이고,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말했다.

2시간에 걸친 토론이 끝나고 최종 투표가 시작됐다. 전문가 의견 청취 후 입장을 바꿨던 판정단⑦은 다시 ‘찬성’으로 선회했다. 판정단⑧도 입장을 바꿨다.

결국 경찰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더라도 검찰 권력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셈이다.

토론 말미에 나온 판정단①의 한마디는 찬반 여부를 떠나 판정단 전체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부처는 쉽게 떼었다 붙였다 하지만 검찰은 온전하게 자신의 조직을 지켜 왔다. 국정 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특히 검찰이 변해야 한다는 점에 많은 국민이 공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검찰 개혁의 해결책과 등치시키는 건 오히려 위험하다. 공수처 신설, 인사권 독립 등 다른 개혁 작업이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건 정치권의 압력에서 독립된 수사기관, 고위층의 범죄를 더 엄정히 다루는 공정한 검찰이다.”




첨예한 이슈 ‘삼세판 토론’ … 다름 속 타협점 찾기




‘이슈 배틀’ 어떻게 진행하나
‘2017 이슈 배틀’은 치열한 토론 배틀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드러내 가되 합의도 모색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이를 위해 소속 대학과 전공·연령대가 다양한 10명의 교수로 판정단을 구성했다. 주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한 명의 교수가 사회를 맡고 나머지 9명이 판정단으로 토론에 참여한다.

토론은 3라운드로 이뤄진다. 1라운드는 평소 판정단의 생각을 드러낸다. 2라운드에선 첨예하게 대립한 이슈를 대변할 각 진영의 전문가 설명을 듣고 판정단이 다시 입장을 정리한다. 3라운드에선 판정단이 스스로 참여해 토론해 보고 최종 입장을 정한다. 라운드마다 입장을 바꾼 판정단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밝힌다.

배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첨예한 이슈를 둘러싼 서로 다른 논리와 이해타산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다르고 타협점은 어디인가’를 찾아가게 된다.

‘2017 이슈 배틀’은 중앙일보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안민정책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SSK 네트워킹지원사업단이 주관한다.








이전글 [중앙일보] “공교육 다양성 필요”에 자사...
다음글 [매경이코노미] 렌달 존스 OECD 한국·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