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이화 Initiative 좌·우파 끝장토론]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작성자 신동아
등록일 2018-01-22 15: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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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반도 통일 전략 본격 추진” 구해우 박사 vs “비핵화 미뤄도 ‘평화 공존’ 추구” 이남주 교수

● 북한 위협에 대한 평가에서 좌우 인식 격차 커
● 핵 동결을 대화 입구로 삼을 수 있다는 데 공감
● 우파는 비핵화·통일, 좌파는 평화 공존 방점 찍어

‘부동이화Initiative’의 좌장은 최태욱 한림대 교수다. 박진 KDI 교수가 간사 역할을 맡았다. 중도보수와 중도진보를 지향하는 싱크탱크를 네트워크로 엮는다. 부동이화Initiative는 2월 공식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부동이화(不同而和)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비틀어 만들어낸 표현이다. 화이부동이 화합하되 각자의 길을 걷는 것이라면 부동이화는 생각은 다르나 함께 걸어갈 길을 찾는다는 의미다. Initiative는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로 갈려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현실을 바로잡는 일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신동아는 연중기획으로 부동이화Initiative와 함께 끝장토론을 진행한다. 좌·우파 싱크탱크와 언론이 스마트 컬래버레이션(Smart Collaboration)을 통해 한국 사회가 화합해 나아갈 길을 찾아보는 게 기획 취지다. 첫 번째 토론 주제는 북한 및 북핵 문제 해법과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이다.


부동이화Initiative 첫 토론 사회는 박진(왼쪽) KDI 교수가 맡았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과 이남주(오른쪽) 성공회대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첫 토론 사회는 안민정책포럼 회장인 박진 KDI 교수가 맡았다. 중도진보 패널은 세교연구소 소장이면서 창작과비평 편집부주간인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도보수 패널은 국가정보원 북한 담당 기획관을 지낸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이다. ‘신동아-부동이화Initiative 끝장토론’은 1월 4일 진행됐다.


“핵 동결을 대화 입구로 삼을 수 있어”
박진 | 보수와 진보가 생각하는 북한 및 북핵 문제 해법이 다르다. 어느 대목에서 부동(不同)한지 알아야 이화(而和)할 수 있다. 북핵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남주 | 북한 핵 능력이 진전된 상태에서 비핵화를 과정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화의 입구로 여겨서는 남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군사적 옵션도 어려우므로 대화를 통한 해결 방식이 유일하다.

구해우 | 북한이 핵무기를 실질적으로 보유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결합했기에 단기적·일괄적 해결은 군사적 옵션과 연결될 수밖에 없으나 무력을 동원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따라서 단계적 접근이 타당하다. 한미동맹과 남북협상의 두 수레바퀴를 동시에 잘 운영해야 한다.

박진 |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에도 나설 수 있다고 보나.

구해우 | 조건 없는 대화는 아니다. 동결과 비확산을 대화의 입구로 삼더라도 종국엔 비핵화를 현실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비핵화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만으로 대화에 나서선 안 된다.

이남주 |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핵 동결과 비확산을 대화의 입구로 들어가는 조건으로 삼을 수 있다. 앞선 정부처럼 비핵화가 대화의 입구라고 여기면 북한이 받아들이겠나.

*而和 : 이남주 교수와 구해우 박사는 군사적 옵션이라는 단기적 해결은 어렵고 단계적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또한 핵 동결과 비확산이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상의 입구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vs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박진 | 입구를 통과해 대화를 시작했다고 가정하자. 중요한 건 출구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맞바꿀 수 있나.

이남주 | 6자회담이 작동할 때 평화협정을 포함한 평화체제와 비핵화가 교환되는 모델을 논의했으나 북한이 최근 3~4년 동안 이를 거부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평화협정을 비핵화와 교환하기 어렵다. 평화협정이 만들어진 후 절차적 과정을 거쳐 비핵화와 같은 장기 목표를 포괄하는 협상 프레임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구해우 | 단계적 해결책의 경우도 한미동맹과 남북협상의 두 수레바퀴를 조화롭게 운영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대화를 제안하자 문재인 정부가 즉각 호응한 데 대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김정은의 신년사를 듣고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연휴기간 샴페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일 것”이라고 했다. 남북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부족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남주 | 미국의 대북정책과 태도가 우리와 똑같을 수는 없다. 미국의 대외전략 중 대북정책은 부차적인 것일 수 있으며 미국은 한국만큼 북한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미국은 지금껏 유지해온 동아시아의 군사적 네트워크 등과 관련한 자신들의 판단과 이익을 우선시한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에 끌려다녀서는 안 되고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부분이 있다.

*不同 : 두 패널은 북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다르게 인식했다. 구해우 박사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강조한 반면 이남주 교수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부분이 있다고 봤다.


<통일·비핵화 vs 평화 공존>
박진 | 한국이 북한 문제 해결과 관련해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하나. 통일인가, 평화 공존인가. 김정은의 북한은 어떤 의도를 가졌다고 보나

구해우 | 비핵화와 통일이 한국의 궁극적 목표다. 한반도 정세는 현재 북한이 주도하는 국면이다. 북·미 간 극적 협상과 북·미수교를 기초로 한 베트남 모델로 나아갈 수도 있다. 북한의 신년사는 한미동맹 균열을 기초로 해 북한주도 한반도 통일 추진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통일이라는 낱말을 신년사에서 12번이나 사용했다. 북한 노동당 주도의 한반도 통일 전략에 대응하는 한미동맹과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핵 동결, 비확산을 입구로 해 한미 간 협력을 통한 개입정책을 강화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이남주 | 진보진영에서도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견해가 엘리트와 지식인 중심으로 많다.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견해가 많은 것이다. 국가연합 수준에서 공존·교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문제가 되는 게 주한미군인데,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남북이 평화 공존하는 체제는 한미동맹을 어느 정도 포괄하는 방식의 구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해우 | 평화 공존? 희망적 사고를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이 동북아 정세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평가한다.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의 주도권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남주 | 구해우 박사 말씀처럼 북한 사람들, 특히 김정은이 자신감을 갖고 현 국면을 바라보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치·군사적 게임의 비중과 중요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 교류 등을 확대하는 게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립만 하다 보니 군사적 게임에서 북한이 실제로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不同 : 이남주 교수는 평화 공존을 강조한 반면 구해우 박사는 통일과 비핵화에 방점을 찍었다.

*而和 : 관여 정책(Engagement Policy)이 바람직하다는 것에는 두 패널이 공감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북한을 엮어 들어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핵무장한 북한 위협적인가>

구해우
"북한이 노동당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전쟁의 방법 외에 한국 정치체제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을 포함한다. 북한과 연계된 한국 내 세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박진 | 가정해보겠다. 최종 목표인 비핵화 이전에 경제제재를 풀어주고 북·미수교를 포함한 평화 체제를 구축한다고 할 때 주한미군 주둔에 딴소리를 하지 말라는 요구를 북한이 수용할까. 혹은 ‘비핵화는 어려우니 기존 핵은 인정한다, 단 ICBM은 안 된다’는 수준의 합의를 한국이 받아들일 수 있나.

이남주 | 나는 사회자가 언급한 해법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은 있으나 평양으로서도 흥정(bargain)할 수 있는 영역의 카드일 것이라고 본다.

구해우 | 거듭 강조하건대 희망적 사고를 해선 안 된다. 북한이 노동당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전쟁의 방법 외에 한국 정치 체제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을 포함한다. 북한과 연계된 한국 내 세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이남주 |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주사파라고 할 세력이 굉장히 주변화한데다 소수다. 구해우 박사는 한반도 차원에서 체제 구조가 역동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조금 더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나도 그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으나 만약 그런 일이 생겨도 남쪽에서 쌓아온 정치·사회 역량이 그것을 극복할 힘을 발휘할 것이다.

박진 | 구해우 박사가 말하는 관여 정책의 목표는 평화 공존이 아니라 북한 붕괴 유도라고 이해하면 되나.

구해우 | 그것은 아니다. 나는 정권 진화(Regime Evolution)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시장 경제 확산을 통해 개혁·개방을 유도해 북한 정권의 진화를 이뤄내 한국 주도의 통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不同 : 구해우 박사는 북한이 노동당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목표로 한다고 본 반면 이남주 교수는 북한이 그 나름의 자신감을 가졌으나 한국 사회의 역량이 북한의 그것보다 강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핵을 가진 북한의 위협에 대한 판단이 다른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용인할 수 있나>

이남주
"이른바 주사파라고 할 세력이 굉장히 주변화한 데다 소수다. 한반도 차원에서 역동적으로 체제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으나 만약 그런 일이 생겨도 남쪽에서 쌓아온 정치·사회 역량이 그것을 극복할 것이다."

박진 | 북한이 현실적으로 기존의 핵무기까지 폐기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모두가 짐작한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완전 비핵화를 이끌어내려면 반대급부로 무엇이 필요할까. 북한이 최소 주한미군 철수 정도는 원할 것 아닌가. 완전 비핵화가 조건이라면 주한미군 철수를 용인할 수 있나.

구해우 | 동북아 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주한미군 문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이 중국에 대응하는 방식과 관련해 미군을 나진항에 유치하는 전략까지도 선택할 수 있다.

이남주 | 비핵화는 어떤 협상 테이블에도 올리지 않겠다는 게 북한의 태도다. 공세적 능력이 강화된 북한을 더욱 몰아붙일 방법이 있나? 현실적으로 없다.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 체제에 대한 위협이 단순히 미국으로부터만 오는 것은 아니기에 평양이 복잡한 사고를 할 것이다. 북한에 가장 큰 위협은 핵무기 등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과 비군사적(경제 등) 방식으로 1대 1로 맞부딪치는 것이다. 북한이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주한미군 철수 이슈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을 것 같다.

박진 |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남북대화의 모멘텀이 마련됐다.

이남주 | 평창올림픽을 잘 활용해 남북관계를 지속적 협력 구조로 전환시켜야 한다. 미국의 반응에 따라 태도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워싱턴을 더욱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구해우 |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협상도 한미 간 신뢰가 약화하면 많은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북·미협상 최종 타결 때까지는 15% 내외로 존재한다고 본다. 평화를 위해 협상을 한다지만 남북 간 잘못된 합의는 오히려 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남북대화에 앞서 미국과의 협의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남주 | 한미동맹에 미치는 위험을 조금은 감수할 부분이 있다. 미국의 반응에 따라 일관된 논리 없이 물러섰다가 그다음에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하면 신뢰를 오히려 약화시킨다. 일관된 논리로 지속적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의 계획을 이해하게 해야 한다. 한국 정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다.

*不同 : 이남주 교수는 미국을 설득해 이해시키는 것을 강조한 반면 구해우 박사는 남북대화도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여겼다.


“경제 분야에서 엮어 들어가야”

박진
"구해우 박사는 북한의 위협이 상당하다고 보는 반면 이남주 교수는 거의 없다고 봤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인식의 차이를 좁히면 대북정책에서 조화를 이룰 것이다."

박진 | 지금껏 부동(不同)을 주로 얘기했으니 이제는 이화(而和)를 해보자. 수단과 방법이 다를지언정 우리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장기적 관점에서의 한국 주도 통일 아닌가.

이남주 |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합의적 통일이나 남북통합을 추진한다면 남한 주도 통일 자체가 남북이 합의할 수 있는 목표가 되기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당분간은 국가연합이라는 틀을 갖고 남북 간 교류와 협력 관계를 규율하는 것이다. 그 정도가 우리가 1차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미래상이 아닐까 싶다.

구해우 | 한국의 보수나 진보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와는 무관하게 북한이 노동당 주도의 한반도 통일 추진을 본격화했다는 게 중요하다. 좌우 진영을 넘어선 한국의 통일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냉전시대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제재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과 지정학적인 조건 탓에 한계가 있다. 개입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북한이 경제특구를 대여섯 개 만들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시장경제를 더욱 확산시켜야 한다. 이들 특구를 기반으로 개혁·개방을 확장해 한국의 전략에 기초한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박진 | 북한을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이화(而和)는 의외로 쉽게 찾아졌다. 평양이 핵 동결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국을 설득하거나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경제 분야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

이남주 | 미국을 잘 설득해야 한다. 핵 동결은 충분히 이뤄낼 수 있는 목표다.

구해우 | 한국, 미국 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동맹의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을 다뤄야 개입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핵 동결 문제는 2012년에도 동결을 1단계로 하고 중장기적 비핵화를 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다만 북한이 추진하는 노동당 주도 한반도 통일에는 능동적으로 표현하면 인파이팅(infighting)해야 한다.

*不同而和 : 두 패널은 핵을 가진 북한이 한국에 주는 위협에 대한 판단과 중장기 해법 및 목표에는 부동(不同)했으나 워싱턴을 설득하거나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경제 영역에서 북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engage) 한다는 점에는 이화(而和)를 이뤘다. 좌파와 우파의 대북정책이 다른 근본적 원인에는 북한주도 한반도 통일 가능성에 대한 좌우의 인식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구해우 박사는 북한의 위협이 상당하다고 보는 반면 이남주 교수는 거의 없다고 봤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인식의 차이를 좁히면 대북정책에서 조화를 이룰 것이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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