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휘] 한미안보협의회의에 바란다
작성자 세계일보
등록일 2017-10-11 13: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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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에게 ‘68혁명’으로 상징되는 1968년은 우리에게도 잊을 수 없는 20세기의 어두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전후 질서에 대한 거부감과 변화의 에너지가 태동한 것은 역사의 필연이었다고 치더라도, 한반도에서는 분단 상황으로 말미암아 기존질서에 대한 도전이 왜곡돼 예기치 않은 안보위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1968년 1월21일 북한 무장공비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했고, 이틀 뒤에는 북한 원산 앞바다 공해상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던 미군 함정이 북한에 의해 강제 나포됐다. 한 차원 높은 한·미동맹의 협력을 절감한 박정희 대통령과 당시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그해 4월 호놀룰루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연례국방장관회담을 합의하게 된다. 이렇게 한미안보협의회의(SCM)는 탄생했다.

서울과 워싱턴을 번갈아 오가면서 열리는 SCM이 올해에는 서울에서 개최된다. 10월 말 일정을 기준으로 마지막 사안을 조율 중이라고 하니, 이제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측에서는 현재의 북한 문제가 쿠바 미사일 사태 이후 최대의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6차에 걸친 핵실험을 마치고 태평양을 넘어가는 장거리미사일 완성을 눈앞에 둔 북한을 지척에 마주한 우리 입장에서는 안보위기의 위중함을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온 국민의 눈이 SCM에 쏠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며,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국방 및 외교 당국자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서울과 워싱턴에서 이번 회의에 합의될 내용으로 동시에 언급한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전하는 바에 의하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 배치 확대, 한국군의 정찰 감시 기능 강화 등이 핵심 내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핵추진잠수함 논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핵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공급 문제, 또 배터리 기술의 발달로 재래식 잠수함의 잠함 능력이 날로 향상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너무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안보위기의 한가운데에서 열리는 이번 SCM에서 가장 바라는 한·미 간 합의 사항이 있다면 ‘핵능력공유협정’이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틀 안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가 맺은 기존의 유사한 협정을 적용할 수는 있겠으나, 한반도는 나토처럼 집단안보적 성격이 강한 것도 아니고, 나토의 경우처럼 지역기구화 과정을 겪는 것도 아니어서 아무래도 직접 비교는 무리가 있다. 북한 문제 자체가 워낙 전례가 없는 안보 사안이니, 한·미 간 임시적인 핵능력공유 약속도 창의적인 지혜를 모을 일이다. 차제에 전술핵 재배치 등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논쟁 역시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러한 가시적인 군사력 협조체제의 강화 못지않게 한·미 정책 당국자 사이의 디테일한 미세 조정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우리 정부가 북측에 제안한 남북한 당국 간 군사회담에 미국 쪽 정책 책임자가 이견을 가지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한 이견이 서로 교환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그래서 만에 하나 양 정부 간 작은 불신의 틈새라도 생긴다면, 그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고도화돼 미국인과 미국 정책당국자가 느끼는 체감위협이 크면 클수록 이러한 오해의 발생 소지는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 훗날 2017년은 특별한 기록이 함께하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1994년 가을 제네바 합의 이후 우리가 지난 23년 동안 기울인 노력을 돌이켜 보면, 그때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고 통한에 잠기는 일을 몇 가지 떠올리게 된다. 언젠가 지금을 돌이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다가오는 SCM을 반드시 치밀하고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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