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휘] 미리 보는 미·북정상회담
작성자 매일경제
등록일 2018-06-11 17:23:50
조회수 6
추천수 1
첨부파일 박인휘 교수님.jpg(42 KByte) - download : 2

6·12 미·북정상회담이 다가오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세기의 담판'이라며 온갖 추측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NPT를 탈퇴한 세계 유일의 핵개발 국가 지도자가 역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을 만나 회담을 갖는 것이니 누군들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캐릭터가 워낙 흔치 않다보니, 두 지도자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떤 언행을 내놓을 것인지도 세상의 초점이 되었다.

짐작하건대 두 정상은 지금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핵을 포기하는 대신 어떻게든 보상을 받으려는 북한의 지도자를 상대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듣자하니 아직은 젊은 나이이지만 잔뜩 호기를 부리는 습관도 있고 또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은 나라를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의지도 상당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두 번이나 중국을 방문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만만치 않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나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북한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각 정보기관에서 올라오는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작년 하반기쯤 미국의 군사옵션 얘기가 부쩍 등장하면서부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 더구나 지난달 북한 관료들이 불필요한 얘기들을 할 때 정상회담 취소 해프닝으로 북한은 이미 기(氣) 싸움에서 한 번 밀리지 않았던가? 연말 중간선거 전후까지 적어도 북한 핵무기 30개쯤은 미국으로 반출하라고 밀어붙여야 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회원으로 인정해 줄 수는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문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확실히 일깨워줘야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는 어떨까? 지금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인민들이 잘 참아줘서 지금까지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세월이 어언 70년, 이제야 드디어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 북한의 운명을 건 회담을 갖게 되었다. 과연 핵을 포기한다고 해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완전히 철폐할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팽배한 반북한 정서를 책임지고 해결해 줄 것인지, 의심 가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또한 지난 몇 년간의 노력으로 북한 내부의 권력을 확실히 장악하기는 했지만, 확실한 보상과 체제보장 없이 핵을 포기한다면 인민들의 불만과 군부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어릴 적 스위스에서 보낸 4년간의 유학생활이 엊그제 같긴 하지만, 이제는 지도자가 되어서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나이도 두 배 이상 많은 세계 최강 미국 대통령과 담판을 지으려고 하니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걱정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하늘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까? 이번에야말로 지난 수십 년간 만성화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마침표를 찍어야만 한다. 돈이 들어오고 정보가 들어오면, 북한체제가 지탱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자본주의 국가 못지않은 시장화가 이뤄져도 정치 영역의 경우 국가권력이 확실히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사례도 있고, 아무튼 주체의 나라는 무엇이든 이겨낼 것이다. 그나저나 핵을 포기하기 전에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만 하는데, 지난번 회담취소 발표 때처럼 미국 대통령이 회담 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라도 한다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으로 김 위원장은 밤잠을 설칠 게 분명하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운명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순간 이미 절반의 성공은 보장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절반의 성공에 모든 게 걸려 있다는 점이다. 정상회담 개최 자체로 한반도 전쟁 위험은 상당 부분 사라졌고, 향후 크고 작은 협상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핵포기와 체제인정은 미·북 간 신뢰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6월 12일 두 정상은 어떤 행동과 약속을 서로에게 보여줄까? 신뢰의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는 역사적인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덧글
작성
이      름
비밀번호
close
비밀번호 :
이전글 [윤창현] 소득주도 정책의 한계
다음글 [최종찬] 기업이 어려운데 근로자 복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