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소득주도 정책의 한계
작성자 이코노미스트
등록일 2018-06-11 17: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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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여를 돌아보면 소득주도성장은 지속적인 성장정책으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다. 늦기 전에 정책 방향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가경쟁력, 경제적 자유, 고용유연성, 기업 경쟁력, 저비용·고효율 등의 어젠다를 전면에 등장시켜야 한다.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을 경제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이들에게 각종 유인체계를 제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시경제적으로 (국민)소득은 임금·이자·지대·이윤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보면 이 네 가지 소득범주 중에서 임금만이 중요한 정책 대상이 되고 있다. 진정한 소득주도성장이라면 이 네 가지 소득을 모두 증대시키면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퍼져야 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지금 추진되는 소득주도성장은 원래 세계노동기구(ILO)가 제시한 임금주도성장(income-led growth)에 근거해 있기 때문이다. ‘임금’ 주도성장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소득’ 주도성장으로 포장됐다. 내용과 명칭에 괴리가 생긴 것이다. 이 성장론의 내용은 임금 인상 예찬론에 가깝다. 임금을 인상하면 ‘임금 인상→수요 증가→기업 투자 활성화→고용 증가→임금 추가 인상’ 식의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면서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어젠다를 기초로 그동안 많은 정책이 나왔다. 선한 의지를 담은 정책이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이 생기고 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이 정책은 상당한 부작용과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정책이 뿌리를 내리기에는 우리 경제 토양과 잘 안 맞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아킬레스건 중 하나가 자영업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자영업은 주로 도·소매, 음·식료, 숙박, 운수업에 분포돼 있다. 아쉽게도 이 분야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업종이 속해 있다. 자영업자의 숫자는 약 550여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고 이들을 돕는 무급 가족 종사자가 약 110여만 명임을 감안하면 660여만 명이 이 업종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이 크게 증가한 계기가 두 번 정도 있었다. 첫 번째는 1990년대 중국과의 교역이 시작된 시점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대량 수입되자 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았다. 이때 실직한 인력들이 자영업으로 진출하면서 자영업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두 번째는 외환위기 때다. 당시 은행원만 10여만 명이 실직을 했다. 많은 금융회사와 기업이 도산하면서 실직자가 급증했다. 이 무렵 이들이 택한 대안도 자영업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치킨집의 숫자는 퇴직한 은행원의 숫자와 비슷하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회자되기도 했다.

이렇게 늘어난 자영업자는 지금 우리 경제에 상당한 짐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업종들이 상당 부분 자영업에 속해 있는 상황인데, 소득주도성장론에 따라 최저 임금 16.4% 인상 조치가 시행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 정도인 상황에서 최저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0배 수준이 된 것이다. 최저임금 지급 대상인 경제적‘을’을 위해 자영업자라는 또 다른 경제적 ‘을’이 희생하는 구조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 정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고용통계를 보면 최근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5만여 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 중 음식·숙박업은 2만여 개가 줄어들었다. 자영업이 많은 업종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부분은 여러 군데에서 관찰된다.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표를 보아도 그렇다. 근로소득자만을 대상으로 소득이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자영업자와 실직자는 통계에서 제외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임금을 올리면 전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중심인데, 이 정책을 시행한 이후 근로자만 좋아졌다는 식의 논의는 매우 아이러니하다. 다른 통계를 보면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할 때 최하위 1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최저임금은 개인을 대상을 한 정책이지만 소득분포는 가구를 대상으로 산정된다. KDI의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중 70%가 사실상 중산층가구에 속해 있다. ‘아들’이 알바를 하면서 최저임금을 받지만 ‘아버지’는 괜찮은 소득을 올리고 있어서 가구 전체로는 중산층에 속하는 상황이 70%라는 것이다. 이 경우 최저임금 인상은 ‘아들’의 소득을 올리지만 전체 가구 입장에서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득 최하위 10% 그룹에 속한 가구들의 70% 정도가 독거노인가구라는 통계도 있다. 이들에게는 임금 수준보다 일할 기회 자체가 중요하다. 일자리의 ‘질’이 아니라 ‘양’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독거노인이 일자리를 잃는 경우 그는 즉시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숫자가 줄면 취약가구가 가장 어려워진다. 통계에도 이들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 같은 개인 중심의 소득정책보다는 가구 중심의 소득 개선정책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소득주도성장이 지배적 어젠다가 되면서 자본과 노동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과 ‘제로섬’적 사고가 보편화 됐다. 그사이 우리 기업의 성과는 부진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 연구원은 비금융 제조업 상장회사 중에서 2017년 매출액 비중이 전체의 1%를 넘는 12개 업종, 439개사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48조2000억원이었고 나머지 437개 회사의 영업 이익 합계액은 46조8000억원이었다. 두 회사의 영업 이익이 437개 회사 영업이익 합계보다 더 많았다. 외환위기 전에 나타났던 전형적인 ‘반도체 착시 현상’이 최근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1년 여를 돌아보면 소득주도성장은 지속적인 성장 정책으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다. 늦기 전에 정책 방향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가 경쟁력, 경제적 자유, 고용유연성, 기업 경쟁력, 저비용·고효율 등의 어젠다를 전면에 등장시켜야 한다.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을 경제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이들에게 각종 유인체계를 제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민간이 움직이도록 만들기 위해 제공하는 ‘당근’은 ‘특혜’가 아니라 ‘유인체계’이다. 기업들은 최근 법인세 인상, 에너지비용 상승, 주 52시간 근로, 임금 상승 등에 따른 고용경직성 심화로 고비용 구조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최대한 완화시키면서 민관합동의 파트너십을 구축해 경제정책을 일자리 숫자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국민연금 등을 동원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식의 접근보다는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방어장치 등도 같이 마련해 날로 증대되는 외국 자본의 공격에 방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이 날카로워지면 방패도 두꺼워져야 하듯 연금사회주의·펀드자본주의·주주행동주의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중국의 집요한 추격을 따돌리면서 계속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도 절실하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나 혁신성장에 무게를 싣고 좀 더 멀리 넓게 내다보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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