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다음 달 국산 로켓 엔진 발사, 우주산업 시작이다
작성자 조선일보
등록일 2018-10-01 13: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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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 强國' 되겠다는 목표 아래 끈기 있게
인력·民官 생태계 키우고 나로호 실패 교훈 되새겨야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한국형 로켓(발사체)의 국산(國産) 엔진 시험을 위한 발사가 다음 달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뤄진다. 2021년 목표인 '누리'호 본발사가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1t급 이상의 탑재물을 독자 발사장에서 국산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내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한국의 이 대열 합류는 경제 규모와 기술력, 국가적 차원의 과학기술정책과 공공연구부문, 과학기술을 응원하는 국민이 있음을 보여준다.

달이나 화성에 누가 먼저 국기(國旗)를 꽂느냐는 식의 우주개발은 이미 끝났다. 지금은 우주로켓 자체가 자랑이 되는 시대가 아니며 잠재적인 군사기술 운운도 속없는 얘기다. 후발 주자인 우리의 생존 전략은 우주 공간 활용과 이를 통한 우주 비즈니스 활성화여야 한다. 우주 공간을 지렛대로 국부(國富)를 늘리자는 것이다.

위성 제조·서비스를 포함한 위성 산업과 위성을 우주로 실어나르는 로켓(발사체) 분야가 유망하다. 세계 위성 산업은 최근 10년간 두 배 가까이 커져 2605억달러(약 270조원·2016년) 규모에 달한다. 로켓 분야만으로는 55억달러 정도인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아마존)의 '블루 오리진' 같은 민간 기업이 뛰어들면서 민간이 우주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국의 활로는 틈새 공략에 있다. 큰 로켓과 저위도 발사장이 필수인 대형·정지궤도 위성보다는 준(準)대형과 중형 위성 시장을 겨냥하는 게 효과적이다. 1.5t의 탑재체를 실을 수 있는 '누리'호가 상용화되면 우리는 세계 위성 발사 시장에 진입한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시리즈에서 보듯 우리는 위성체 제작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국의 IT 기술과 부품산업, 소형화·고성능화되고 있는 위성 제작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승산은 있다.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40년에 최대 1조7500억달러(약 196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모건스탠리 보고서). 이 분야는 진입 장벽이 높은 고급 일자리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관건은 유능한 인력 양성과 생태계 구축이다. 2016년도 국내 우주산업 관련 전공 석·박사 399명 중 우주 분야 취업자는 111명(28%)에 그쳤다. 전공자의 70%는 다른 분야로 이탈하거나 취업을 포기한 것이다. 특히 우주개발의 중추인 로켓·위성 등 우주기기 제작 분야 인력을 확충하고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NASA(미국항공우주국)에 해당하는 연구지원·산업진흥 기관도 필요하다. 우주산업 관련 국내 기업은 최근 300여개 있지만 자본금 10억원 미만인 곳이 전체의 60%에 이른다. 미국·일본처럼 우리도 우주산업에서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넘는 스타트업)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R&D(연구개발)를 통한 산학연(産學硏) 네트워크 형성과 공공부문의 기술을 사용한 민간 창업 활성화가 절실하다. 미국 '스페이스X'의 성공 뒤에는 대규모 공공조달계약이 있었던 것처럼, 산업 육성 초기에는 정부 수요와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진 기업들은 지금도 모듈형 디자인의 신형 로켓 개발과 1단 로켓을 재사용하는 등 경쟁력 있는 가격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새 우주 로켓 개발은 선진국들에도 어려운 일이다. '하면 된다'가 통하지 않고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두 번의 나로호 발사 실패에서 배웠다. 정부와 민간이 진짜 우주산업 강국(强國)이 되겠다는 확고한 비전과 의지 그리고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박상욱 서울대 교수·과학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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