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경제수석·경총회장 거친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작성자 매일경제
등록일 2020-09-10 15: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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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규제 안풀면 뉴딜 효과없어…필요한건 인센티브

가격·토지·노동규제가 문제
정부 `값싼 고품질` 환상 좇아

집값폭등·의사파업 확인했듯
페널티로 시장 잡겠단 건 오만
규제혁파 없인 정책 효과 못봐
美·中에 없는 규제, 韓도 없애라

소비성 추경 남발해서는 안돼
일자리 창출할곳에 세금 투입을

■ 대담 = 김대영 경제부장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이 최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 빌딩에 위치한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사진설명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이 최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 빌딩에 위치한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정부가 경제 문제를 인센티브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해야지, 페널티를 물리는 방식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충우 기자]
"규제와 페널티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인센티브가 훨씬 효과적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경제문제는 시장 원리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해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데, 단기간에 성급하게 해결하려는 태도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장은 "법률과 징벌적 세금으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면 경제주체들은 협조하지 않고 온갖 꾀를 써서 빠져나가려 한다"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노무현정부 재정경제부 차관과 이명박정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경제통`이다. 그 후 전국은행연합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지내는 등 민관 경제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규제개혁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가격규제, 토지이용규제, 노동규제의 혁파가 없으면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 일자리도 생기지 않는다.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은 여전히 가격규제가 심해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두 번째 기둥이 가계지출 경감에 의한 가처분소득 확대인데 결국은 가격을 억제하겠다는 얘기다. 대표 분야가 의료비, 보육비, 주거비, 교육비, 통신비, 교통비 등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돈을 더 쓰더라도 질 높은 서비스를 받고 싶어한다. 정부는 싼값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값싸고 좋은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높은 가격을 규제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도움이 될 듯한데.

▷질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맹점이다. 1인당 소득이 3만달러 수준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질적 향상을 추구한다. 새 아파트에 살고 자식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며 더 나은 의료를 받는 것을 원한다. 따라서 10년 넘게 동결해온 대학등록금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면 대학의 질이 떨어지고 국민은 해외 유학을 보낼 것이다. 소득이 늘었다고 하루에 밥 다섯 끼를 먹지 않는다. 더 맛있고 좋은 품질의 음식을 먹으려 하지.

―최근 의료개혁안에 대한 의견은.

▷의료보험 수가 때문에 대한민국 대형 병원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의사들은 수가가 낮은 특정 진료과목을 기피하고 있다. 훌륭한 의사가 비인기과와 지방 병원에 거리낌 없이 지원할 수 있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방 의료기관에 과감한 시설 투자를 해야 한다. 공공의대 선발, 교육 과정을 보면 지방 사람들이 오히려 급 낮은 의사에게 진료받기 싫다며 반발할 것 같다. 온 국민이 퀄리티를 추구하는 시대다. 지방 병원을 공공의대 출신 의무복무자로 채워 넣으면 환자들은 안 온다.

―토지이용규제는.

▷토지이용규제를 화끈하게 풀어서 지가를 낮추면 투자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뼈빠지게 벌어 땅 주인 좋은 일만 해주고 있다. 사업용 부동산 가격 안정도 공급 확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주요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한국의 가용토지 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면 부동산 가격을 총체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

―노동규제 이슈도 논란이 많은데.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이라도 노동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모든 정부가 이미 취직한 사람을 위한 노동정책을 펴 왔다. 실업자보다 취업자 표가 훨씬 많아서 그렇다. 통상임금 개념 확대, 최저임금 인상, 정년 연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취업 못한 사람이 일자리를 얻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역대 정부가 모두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지만 결국 임금 정부에 그쳤다. 새로 채용되는 노동자만이라도 연봉제, 성과급제, 직무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시행해 기업이 채용을 늘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디지털·그린뉴딜에 대한 평가는.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정부가 나서서 하는 것 자체가 비능률적이다. 세금 안 쓰고 할 수 있는 일을 세금을 써서 하는 격이다. 미국·중국에서 벌어지는 혁신이나 새로운 공룡기업의 등장 그 어떤 것도 정부가 주도해서 된 것은 없다. 규제개혁 없이는 백약이 무효다.

―4차 추경과 2차 재난지원금이 현실화됐다.

▷소비성 추경은 꼭 필요한 만큼만 해야 한다. 1차 재난지원금은 재난을 겪지 않은 사람에게도 지급해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돈을 버는 추경, 생산적인 예산을 써야 한다. 재정으로 투자를 한다면 과거 포항제철처럼 민간이 하지 못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코로나로 글로벌 공급망이 약화된 가운데 정부와 기업이 취할 대안은.

▷기업이 알아서 할 것이다. 정부는 기업에 자유만 주면 된다. 무엇보다 대기업을 잘 활용해야 한다. 반도체나 2차전지 사업의 성공은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에 천문학적 금액을 성공할 때까지 퍼부을 수 있어서 가능했다. 이런 일은 정부나 중소·벤처기업은 못한다. 대기업이 돈 벌 기회를 잡게 될까봐 규제를 못 푼다는 식의 사고를 버려야 한다. 우리가 미국·중국 공룡기업들과 그나마 경쟁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업 덕분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리쇼어링이 대두되고 있다.

▷노동개혁, 토지규제 개혁 없이 리쇼어링은 불가능하다. 외국인 투자 기업과 대기업, 중소기업까지 해외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리쇼어링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우스꽝스럽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 유치액은 106억달러였지만 해외 직접투자액은 619억달러에 달했다. 기업들이 연간 600억달러가 넘는 돈을 해외에 투자하는 것은 국내 기업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미국에서 규제하면 우리도 하고 미국이 안 하면 우리도 하지 않으면 된다. 미래 산업에서 가장 앞서 있으면서 글로벌 공룡기업을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처럼 하면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규제가 심한 유럽과 일본을 따라하면 안 된다.

■ 주택공급은 물량 아닌 퀄리티…토지이용규제 화끈하게 풀어야

박 이사장은 부동산대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부동산시장이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도록 했어야 하는데, 근시안적 규제를 남발해 부동산시장 자체를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부동산정책을 평가한다면.

▷정부가 집값 상승의 인과관계를 거꾸로 파악하고 있다. 과거 기록을 분석하면 집값이 올라서 어쩔 수 없이 집을 사는 사례가 많았지, 사람들이 집을 사기 때문에 집값이 상승한 게 아니었다. 집값이 오르지 않아서 사람들이 집을 안 사고 미분양 주택이 누적되면 주택 건설이 부진해지고 이는 곧 주택공급 부족으로 이어진다.

―다주택자가 주택공급 증가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가.

▷집을 구매한 다주택자가 임대주택을 공급해 무주택 서민의 주거생활 안정에 기여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근혜정부 때만 하더라도 미분양 주택이 누적돼 정부가 집을 사라고 대출 혜택을 주고 세금도 깎아줬던 적이 있었다. 이럴 때 다주택자가 주택을 구매해주지 않았으면 주택공급이 계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

―다주택자 규제가 효과가 있을까.

▷정부는 한 채만 남기고 모두 팔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게 성공하면 매매 공급이 늘어 매매가가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매매가가 내려가도 돈 없는 사람들은 집을 사기 어렵고 결국 전·월세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전세금과 월세가 올라갈 것이다. 이것은 서민을 위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임대차 3법 만든 것 아닌가.

▷민간에서 공급을 늘려 전세금과 임대료를 안정시켰던 것을 정부 규제로 이루겠다는 발상이다. 앞서 밝혔듯이 징벌적 세금과 규제로 접근하면 이해당사자들은 최선을 다해 저항하고 회피한다. 부작용이 발생하고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주택공급을 제때 해줘야 한다. 1·2인 가구 증가에 따라 작은 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3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 때처럼 고속도로와 지하철을 놓는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 일산보다 분당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과감한 SOC 투자 덕분이었다. 또 개인과 법인의 임대사업을 장려해야 한다. 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돼야 월세와 전세금이 싸진다. 정부가 하는 것보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하게 해야 국민이 집을 살 필요를 느끼지 않는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주택정책의 최종 목표는 이것이어야 한다.


▶▶ He is…

△1952년 출생 △17회 행정고시 합격 △2005년 재정경제부 1차관 △2007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2008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2011년 전국은행연합회장 △2015년 한국경영자총협회장 △2019년~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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