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언제까지 전직 대통령 구속 봐야 하나
작성자 세계일보
등록일 2018-03-26 16: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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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복 논란 해소 사법부의 몫 / 한 점 의혹 없이 진실 밝혀내야 / 흑역사 재연 막을 개헌 논의 바람직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됐다. 이로 인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23년 만에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수감되는 사태가 재연됐다. 반복되는 ‘전직 대통령의 불행’을 보아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 전 대통령은 20여 개의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 핵심은 뇌물수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의 주범으로 본다. 국정원과 삼성 등 기업으로부터 총 110억원 대의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때 쟁점은 이 전 대통령이 불법자금 수수 사실을 알았느냐이다.

만약 이 전 대통령이 알았다면 검찰은 국정원 자금과 기업 돈에 대한 법적 책임은 이 전 대통령의 몫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쓰라고 지시했거나 사후에라도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관련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의혹이 제기된 지 10년이 넘은 다스 실소유주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으로 보는 모양이다. 이외에도 도곡동 땅 실소유주, 우리금융회장 인사 청탁, 청와대 국정문건 반출 의혹 건 등도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쟁점이다.

향후 지루하고 긴 법리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관계와 진위를 철저히 가려 한 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하게 처리돼야 한다. 여론재판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이 전 대통령에게 좋지 않아 보인다. 과거 측근들의 변심이 이 전 대통령 구속의 결정적 계기였기 때문이다. ‘MB vs 검찰·현재 권력’이 아니라 ‘MB vs MB 측근’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고 대통령 ‘권력관리의 실패’다. 한때 모셨던 분에게 총부리를 돌리는 과거 측근의 행태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최종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달면 삼기고 쓰면 뱉는 모습으로 비쳐졌고, 이 때문에 과거 핵심 측근들이 검찰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을 옹호하지 않았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전의 검찰·특별검사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무관하다”고 했던 사람이 이를 뒤집고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다스를 설립했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툼의 여지’라도 있는 직전 대통령의 경우와 달리 이 전 대통령은 영부인에게까지 의혹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인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나온 노 전 대통령 영부인 관련 논란과 겹치는 대목이다. 서로 위치만 바뀌었다. 정치보복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전 대통령도 “검찰수사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에 출두하며 “할 말은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고 구속수감될 때는 “모든 게 제 탓”이라고 했다.

정치보복 논란과 정의실현을 구별하는 것은 검찰과 사법부의 몫이다. 사실에 기초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 정치권도 법적 절차를 존중하고 사법부의 최종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치적 공방을 자제하는 것이 적절하다.

민주화 이후에도 ‘국민께 죄송’하고, ‘면목없는 일’이고, ‘송구스럽게 생각’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이 전 대통령도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했는데, ‘하야, 망명, 탄핵, 암살, 자살, 수감’의 전직 대통령 흑역사가 이제는 마감돼야 한다.

재발방지 시스템의 첫걸음은 ‘독점의 정치’가 ‘분권, 그리고 견제와 균형의 정치’로 바뀌는 것이다. 이것이 개헌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 수직적이든 수평적이든 권력분산과 함께 국가와 정치의 책임과 능력이 확보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국민 삶의 문제해결과 개선이 정치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청년실업과 통상전쟁 등 경제적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직전과 전전 대통령 구속에 따른 국민적 분열은 대한민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적 단결과 통합을 위한 청와대와 국회의 역할을 기대한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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