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막 오른 정기국회… ‘민생 협치’ 기대한다
작성자 세계일보
등록일 2018-09-05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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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소득주도 성장 정책 등 신경전 예상/ 개헌·선거제 개편 초석 놓는 계기 되길
100일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문재인정부 1년의 성적표를 평가하는 시간이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협치를 통한 경제와 민생국회, 판문점 선언 비준으로 평화 국회, 적폐청산 국회를 강조하지만 야권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제정책 방향과 적폐청산을 둘러싸고 근본적으로 인식을 달리하는 여야는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에 실패한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완화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 주요 법안을 놓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일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정기국회 전반에 걸쳐 논란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일자리 창출 등 민생을 뒷받침할 법안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고수하겠다고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목표로 상임위별로 대안 법안을 마련 중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11월부터 한 달간 예정된 470조원의 ‘슈퍼예산’ 심사는 물론 10월 10일부터 29일까지 치러질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소득주도성장은 잘못된 게 없다고 주장하는 상태에서는 협치가 안 된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소득주도 성장론을 여야가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협치국회 여부가 결정될 듯하다. 모두 나름의 주장과 근거가 있고 여야의 정체성과도 관련 있어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렵다. 한쪽은 오류 가능성을 전제로 실증적 결과를 통한 설득과 국민적 공감확산 노력이 필요하고, 다른 한쪽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한 대안제시가 요구된다. 민생경제 회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최적의 정책수단이 무엇인지 찾는 게 여야의 공통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동시에 국회는 쟁점 사안은 쟁점대로 협상을 진행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 법안은 예정대로 진행시켜야 한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1만4000여 건의 법안 중 계류 중인 법안이 1만600여 건에 달한다. 입법을 위한 입법이 남발된 경우도 있겠지만 국회의 입법 생산성이 지나치게 낮다고도 할 수 있다. 이에 상위 소위원회 활동을 강화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국회 입법과정으로 제도화돼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는 문재인정부 2기 내각 등 10여 명의 인사청문회도 예정돼 있다. 청문회를 통해 국회는 적재적소의 인사인지를 가려야 한다. 특히 ‘의원불패’ 기록에서 보듯 제 식구 감싸기나 동업자 의식발휘는 검증과 확인이라는 청문회제도의 취지와 구별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정기국회는 개헌과 정치개혁, 특히 선거제도 개편의 초석을 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분위기는 좋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개원사를 통해 “촛불혁명의 완성은 개헌이고, 선거구제 개편이 개헌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때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문 의장은 “총선 때 득표수에 비례해 의원 수를 정하는 게 민주주의의 당연한 원칙”이라며 “선거구제 개편이 헌정사 70년의 최대 개혁 과제로 여야가 협치를 통해 선거가 없는 내년까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시한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개헌과 같이해야지 선거제도만 다루면 협소해진다”면서도 “개헌 하고 묶어서 다룰 때 권력형 구조를 어떻게 할지 성격이 달라진다”고 해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 함께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제1야당 한국당은 당초 선거제도 개편에 소극적이었다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득표·의석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에 호의적이다. 오히려 야당시절 대표성 강화의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했던 민주당이 유보적이었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편지지 언급 이후 분위기가 바뀐 모양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민주당과 한국당이 서로의 입장을 맞바꾼 것은 씁쓸하지만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적극적이어서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는 문 의장의 일침은 협치의 전제이자 출발점이다. ‘올드보이’의 귀환이 아니라 ‘골드보이’의 희생과 노련함으로 협치의 길을 여는 정기국회를 기원한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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