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4년 후가 걱정이다
작성자 동아일보
등록일 2020-08-07 13:50:31
조회수 19
추천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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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가 걱정이다[동아광장/최종찬]

임대차법 처리로 당장은 임차인 유리
억눌려온 전월세가 일시 급등 가능성
민간임대 급감으로 신규 임차인 타격
경기침체-서비스 일자리 감소 우려도
현 상황 잊지 말고 정책공과 평가해야


정부와 여당은 군사작전 하듯 부동산 관련 세법과 임대차법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중요 목적은 무주택자와 임차인 보호이다. 금번 임대차 법령들이 과연 임차인 보호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법이 시행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우선 4년간 임대가 보장되고 전월세 가격도 연 5% 이내로 상승하니 임차인은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대인 입장에서는 4년간 전월세 가격 인상에 제한을 받고 세입자를 내보내기도 어려워져 최초 임대 계약 시 4년간 올릴 가격을 한 번에 올리고자 할 것이다. 전월세 가격을 올려 다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종부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려 할 것이다. 또 임대인들은 수익성이 높은 월세를 선호할 것이다.

전세는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제도로 그동안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매매 차익이 기대되고 금리가 높은 여건에서 주택 투자자가 활용했다. 하지만 향후 저금리, 세금 중과 상황에 주택 매매 차익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전세는 결국 없어질 것이다.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전월세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에도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새로운 계약을 하고자 하는 편법 등으로 임차인과 임대인의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4년 후에는 그동안 억눌렸던 가격과 4년 후 예상 상승분까지 합쳐 전월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다. 2024년에는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임대주택을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 임차인은 4년 동안은 가급적 이사를 안 할 것이다. 새로 계약할 경우 전월세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시 소유주의 실거주 요건 강화 등으로 인해 임대 공급도 줄어든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규 임대주택 공급이 대폭 축소되는 점이다. 그동안 신규 주택의 상당 부분을 다주택자가 투자 목적으로 구입했는데, 이들 주택이 민간 임대주택이다. 그런데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로 유주택자는 신규 주택을 사실상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여당 어느 국회의원은 이익을 목표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을 ‘범죄자’라고 하였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겠는가. 정부 희망대로 무주택자만 주택을 사면 앞으로 민간 임대주택 추가 공급 규모는 ‘0’이 된다.

임대주택 공급 부족으로 임차인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가진 사람은 61%, 정부와 지자체 소유 주택은 10% 미만이다. 대다수 무주택자는 다주택자의 민간 임대주택에 산다. 갑자기 무주택자가 주택을 살 수 있게 되거나 정부에서 대량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는 한 대규모 민간 임대주택 수요는 지속될 것이다.

가장 타격을 받을 계층은 새로 집을 임차하려는 사람들이다. 결혼해 집을 구하는 사람, 졸업 후 취직해 집을 구하는 사람, 직장이 바뀌어 집을 구하는 사람 등은 비싼 월세 주택을 얻어야 하거나 임대주택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사실상 거주 이전의 자유도 제한된다. 예컨대 서울 강동구에 사는 교사가 강서구 학교로 전보되어도 전월세 가격 상승이 두려워 이사도 못 할 지경이다.

임차인의 주거 불안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와 일자리 부족을 초래해 저소득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근절’ 대책으로 주택 건설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신규 주택은 무주택자뿐 아니라 유주택자도 많이 구입한다. 이들 수요가 없어지면 주택 건설 경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주택 임차 거래가 위축되면 부동산 관련 서비스업이 전반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수많은 부동산 중개업소, 이사업체, 인테리어 업체들의 일거리가 줄어들 것이다. 각종 가전제품, 가구업체의 수요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저소득층이 많이 취업하는 일자리다. 정부는 막대한 돈을 풀어 일시적인 일자리를 만들면서 한편으로 멀쩡한 일자리를 없애는 잘못을 하고 있다.

필자의 예측이 제발 맞지 않기를 기원한다. 안타깝게도 일은 이미 저질러졌다. 지금부터라도 원점에서 잘못된 점을 용기 있게 고치고 보완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임차인이 유리하게 되려면 임대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 4년 후 변명하지 말기 바란다. 국민들도 잊지 말고 이들 정책의 공과를 냉철히 평가해 상벌을 주어야 한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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