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박병원 이사장 "규제 계속되면 한국형 아마존, 알리바바 나올 수 없어"
작성자 아주경제
등록일 2020-06-15 14: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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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아주경제신문 사장(왼쪽)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오른쪽)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신문 본사에서 한국경제 현안을 두고 깊이 있는 대담을 나눴다. [사진 = 남궁진웅 기자 ]

  - "토지, 노동 등 각종 규제의 덫 푸는 것이 재정건전성 지키는 것 보다 중요“
  - "세금을 쓰는 일자리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일자리가 더 시급"

  한국경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례없는 위기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무엇보다 25년간 견고했던 중국 중심의 ‘글로벌밸류체인(GVC)’은 이제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거대한 내수시장에 의존했던 우리 경제의 취약점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9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우리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코로나라는 전염병은 결국 언젠가 극복될 것이지만 우리 경제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없다면 한국경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이사장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지금의 기획재정부) 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우리금융지주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요직을 거치면서 우리 경제를 관통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꿰뚫어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일자리 창출과, 규제 완화를 주장해온 그는 최근의 위기는 우리 경제의 체질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은 정부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긴급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도 단행할 계획이다. 1, 2차 추경이 12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초대형' 규모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추경의 두배를 넘어선 수치다.

  다만 벌써부터 설익은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민간기업의 활력을 높이고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보다는 응급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방향은 맞지만 순서가 잘못됐다"고 조언했다. 대규모 자본을 푸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보다 급한 것은 규제 개혁이라는 것이다.

  그는 "방법과 속도만 달리해도 전혀 다른 방향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정말 일자리를 우선한다면 속도를 조절하고, 다른 것을 양보해줄 수 있다는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인하, 재정 지출 확대 등의 거시경제정책으로는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아무리 돈을 풀어봐도 생산적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은 한국경제 전체가 규제의 덫에 갇혀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에 왜 아마존이나 알리바바가 없는지 궁금하지 않다면 희망이 없다"며 "원격진료, 타다 등 공유 서비스, 자율주행차 등 분초를 다투는 신성장동력이 국내서 성장할 수 없는 이유는 규제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한국경제 위기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한국경제 고질병 먼저 고쳐야."

  - 일각에서 '미래의 빚'인 추경과 재난지원금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3차 추경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할 것인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로 세금을 풀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지만, 순서가 잘못됐다. 돈이 있는 사람들이 100만원을 더 받는다고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 풀린 돈은 결국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물가를 올려 없는 사람들의 삶을 더 고달프게 만들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의 내용을 보면, 효율성보다는 돈 풀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자금은 현금 지원에 집중돼 있다. 35조 규모의 3차 추경 중 유턴기업 지원 등 투자활성화를 위해 배당된 예산은 430억원에 불과하다."

- 재난지원금의 경우도 일괄적 지원보다는 맞춤형 지원을 강조한 바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가장 타격을 입은 업종들에 자금이 투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해가 큰 업종은 관광, 항공, 마이스, 공연, 전시, 의료 산업 등인데 재난지원금은 당장 이들 분야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이 아니다. 3개월 안에 다 소진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해당 업종까지 소비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기업 업종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규제한 것도 2, 3차 하청업체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피해구제의 관점에서 보면 전 가구당 100만원이 아닌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다음 재난이 없을 것도 아닌데 실탄 낭비는 그만해야한다."

  ◆”자유가 필요한 사람에게 자유를 주고, 복지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복지를 주는 나라를 만들어야“

  -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경제계가 당면한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 실패다. 혁신성장, 창조경제, 녹색성장 등 지금 정부는 물론 이전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도 결국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다. 창의적 실천과 개혁이 필요한 분야인데, 변화를 두려워하는 규제의 덫에 묶여있으니 잘 될 리가 없다. 자유가 필요한 사람에게 자유를 주고, 복지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복지를 주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자유가 필요한가.

  "기업이 신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정부는 물론, 역대 정부가 의료, 보육, 주거, 교육, 통신, 교통 등 서민생계비 안정을 내세워 고부가가치 산업이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 이는 결국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결국엔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산업들이 국민의 생계비 부담인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생업이고 일자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가격 규제 대신 기업이 돈을 잘 벌게 만들어 다시 그 돈으로 기술개발, 인력개발, 설비투자 등을 하도록 해야 신규 일자리가 생기고 선순환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 규제를 완화해 기업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투자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입만 열면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중국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그것보다 규제의 덫을 푸는 것이 우선이다"

  -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동규제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이미 취업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노조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의 기취업자'로 한정돼 있다. 아직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된다. 이미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지원보다는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 일자리를 만드는 지원을 먼저 해야 한다."

  - 정부가 추진 중인 일자리 대책을 평가하면.

  "세금을 들여서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근본적으로 세금을 쓰는 일자리일 뿐이다. 결코 세금을 내는 일자리로 성장할 수 없다. 그것은 응급조치이지 병을 고치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예산이 이미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에게 한정돼 있다는 것도 한계다. 통상임금, 최저임금제도, 정년연장 등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행 복지 제도에서는 빈곤층이 오히려 낮은 수혜를 받고 있다. 기취업자보다는 미취업자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거시경제정책으로는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돈을 쓰는 일자리에 너무 많이 의존했다가 결국 일자리 만들기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민간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 3차 추경 역시 투자와 일자리로 연결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예컨대 외국인 환자 유치가 가능한 대형 병원이나 중국의 1% 부자의 식탁을 공략할 수 있는 첨단 스마트 팜, 관광지역 수요를 살리는 케이블카 등 민간이 못하는 이 같은 영역을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

  ◆"풍력이나 태양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결국 땅값이 발목을 잡을 것."

  - 이 같은 관점에서 '리쇼어링 정책'에서 보완될 점은.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일명 ‘유턴법’을 제정했지만, 2014년 이후 리쇼어링한 기업은 68개에 불과했다. 토지규제나, 가격규제, 노동규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로 돌아올 기업은 없을 것이다. 공공부문이 여러 형태로 민간에 개입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규제가 없는 분야는 사실상 엔터테인먼트 사업밖에 없을 정도다. 특히 규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분야는 교육과 의료다. 4차 산업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우수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12년째 반값 등록금으로 동결된 상황에서는 양질의 교수를 데려올 수 없다. 해외 대학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누가 한국으로 교육을 받으러 오겠는가."

  - 그럼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의료 수준만큼은 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는데.

  A. "그래서 더욱 아쉬운 것이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의료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규제 때문에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제조업은 해외로 나가서 돈을 벌어오고 있지만, 의료의 경우 막힌 부분이 많다. 결국 의료에 있어서는 '투자에 대한 대가를 기대하지 말라'는 기조가 있는 것이다. 외국인 전문 병원을 통해서 중국 재벌이든, 러시아 재벌이든 와서 치료를 받고 의료도 수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풀어주면 많은 가능성이 열리는데, 괜한 염려로 추진하지 못하는 사업이 많다. "

  - 토지 이용 규제를 여러번 강조했는데, 결국 토지 문제도 투자의 발목을 잡는 것인가.

  "규제가 없는 부분이 없다. 농지, 임야, 군사시설 등으로 묶여 있으니 안 그래도 좁은 땅에 사용할 수 있는 토지는 부족하고, 이 때문에 땅값은 더 치솟고 있다. 공급을 늘려줘야 가격이 내려가는데 오히려 규제를 하고 있으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특히 그린뉴딜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결국 땅값 때문에 발목을 잡히게 될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 때 '2만호 주택 건설' 정책을 떠올려보면 된다. 토지 규제를 잡고 있으면,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택 가격도 잡을 수 없다. 가장 획기적으로 토지 규제를 완화해준 때가 노무현 정부 때 'LG디스플레이', 이명박 정부 때 '잠실 롯데'다. 하지만 당시에도 '대기업을 밀어준다', '일부 기업 특혜다' 라는 비난이 많았다. 애시당초 이 같은 규제는 물론, '반기업' 정서가 있으니 기업들이 외국으로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안고 있는 문제들은 공적자금 투입 신중해야"

  - 정부가 40조원의 기간산업 안정 기금을 조성하고, 항공사 등 한계기업에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쌍용자동차나 두산중공업 등 코로나19 이전 한계기업도 자금을 지원 받을 가능성이 커졌는데.

  A.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은 그 원인을 제거해 주지 않으면 공적 자금 투입에 신중해야 한다. 금융, 재정 지원은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는 낭비에 그칠 수 있다. 또한 자금을 지원받는 기업들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전반적인 변화를 시도해봐야 한다. 특히 재택 근무 등을 통해서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것만이 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일하는 방식부터 경영에 대한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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