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박명호 "문 대통령, 논평자로 머물지 말고 실력을 보여줄 때"
작성자 UPI뉴스
등록일 2020-07-08 14: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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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 박명호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 UPI뉴스 >와 인터뷰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상임위원장 18대 0…미국식 '견제·균형' 전제돼야 순항"
"국회의장, '입법수장' 역할 제대로 하려면 임기 4년으로"
"정치는 사회의 파이 어떻게 키우고 분배할 지 풀어야"
"백종원 언급, 안철수 떠올라…황교안, 두 번째 찬스 있어"

"코로나19 사태는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코로나 시대 혜택을 본 사람보단 피해를 본 사람이 많습니다. 정치는 앞으로 사회의 파이를 어떻게 크게 할 것이고,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처음 보고된 이후 지난 28일까지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1005만756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50만 명을 넘었다. 이러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은 우리 정치에도 새로운 인식과 흐름을 형성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 속에 기본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 같은 의제가 제기됐고, '큰 정부론'이 대두됐다.

지난 26일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한국의 정당, 선거, 의회 등 정치과정 전문 정치학자로 지난 1월 안민정책포럼 11대 회장을 맡았다. 이 포럼은 고(故) 박세일 교수 중심으로 만들어진 지식인 네트워크다.

박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극복의 크레딧(신뢰)은 가져가되, 이제 운이 아니라 실력을 보여줄 때"라며 제16대 미국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문 대통령은 '논평자'로 머물러선 안 된다. 링컨 전 대통령과 같은 '정치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ㅡ상임위원장 '18대 0' 국회에 대한 생각은

"상임위원장 18대 0 체제는 책임정치 측면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 의회에서만 하는 독특한 제도이지만, 우리가 못할 건 없다. 다만 전제가 있다. 미국식의 견제와 균형 원리다. 미국에는 '정부 여당'이라는 말도 없고, 여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식의 말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87년 체제 이후 30여 년간의 관례와 전통이 깨진 만큼 이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야 한다."

ㅡ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입법부와 행정부가 '견제와 균형' 원리에 충실할지 우려된다. 민주주의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한 체제다.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 등을 통해 걸러야 할 것은 걸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의 역할이라는 게 있는 거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18대 0 국회에서는 그렇게 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ㅡ국회의장의 역할도 있을 텐데

"의장은 18대 0 국회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본인이 져야 한다. 사실 협상 과정에 있어 의장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협상하라고 말만 하는 상황인데, 의장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 임기도 4년으로 늘어나야 하고, 협상이 안 되면 중재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져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책임도 강화되고 입법부 수장으로서 의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

ㅡ우리나라에선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로 가지 않았나

"그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는 의장이 은퇴해서 정세균 총리처럼 총리가 되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 한국에서 의장이면 대통령과 같은 레벨이라는 건데, 의장을 지낸 사람이 대통령 밑 총리로 갔다. 지금은 여당에서 의장을 선출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내정하지 않았나. 그동안 견제와 균형, 삼권분립 원리에 충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ㅡ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가

"코로나 사태는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코로나 시대 혜택을 본 사람보단 피해를 본 사람이 많다. 우리 정치는 앞으로 어떻게 사회의 파이를 크게 하고,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 같은 의제가 제기된 이유다. 여야는 앞으로 각자의 입장에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할 텐데, 어떻게 국민 삶의 질을 유지하고 제고할지가 관건이다."

ㅡ'파이의 문제'라고 하니 '인국공 사태'가 떠오른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는 정해진 파이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다. 만약 파이가 커졌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파이는 커지지 않았고, 앞으로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날을 세운다. 정규직도 이권 침해 가능성이 보이니까 반대한다. 어떠한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 연대를 요구하는 건 대단히 무례하다."

ㅡ지금 필요한 대통령의 리더십은 무엇인가

"문 대통령은 코로나 극복의 크레딧은 가져가되, 이제 운이 아니라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경제·안보 등 현실 문제에 대한 성과의 탁월함을 보일 때다. 이를 위해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논평자로 머물러선 안 된다. 단순히 "노력해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힘을 내고, 노력하게끔 직접 만들어줘야 한다. 현실 문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ㅡ어떠한 정치력을 말하나

"영화 '링컨'을 보면, 급진 공화당원인 태디어스 스티븐스가 하는 말이 있다. 그는 링컨을 '가장 인간적으로 숭고한 목적을 가장 비인간적인 비열한 방식으로 이룬 사람'이라고 한다. '노예해방'이라는 인간적으로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결코 숭고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야당의 '낙선한 의원'을 포섭하기 위해 국영기업체 사장 자리를 주겠다는 거래도 하고….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

ㅡ여당의 책무는 무엇인가

"여당도 정치력을 발휘해 협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기본소득, 전 국민 고용보험 문제는 과세 문제, 노동의 유연성 문제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 정년연장 문제도 중요한데 이건 임금피크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정치는 이러한 상반된 요구 속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즉 관용·절제·통합과 상생·공존·공영의 정치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여당이 사회적 대타협을 할 수 있는 협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ㅡ협치의 조건이 있나

"협치는 적과의 동침이다. 협치가 잘 되려면 그들도 나만큼 선의가 있고, 나도 그들만큼 악의가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 상대를 타도하고 박멸해야 할 적으로 생각하면 협치는 어렵다."

ㅡ대선 1년 9개월 남았다.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2년 후의 시대정신을 봐야 하는데 대한민국 정치공동체를 발전시킬 해법을 제시하는게 중요해보인다. 한국 선거 컨설턴트 1세대로 꼽히는 전병민 씨는 '경제회생'이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07년 대선을 말하는 건데, 이것도 가능성 있다. 누가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ㅡ차기 대선주자로 누굴 보나

"김종인 위원장은 '백종원 같은 사람'을 말했다. 과거 '안철수 현상'이 떠올랐다. 벌써 8년 전, 10년 전 얘기다. 더 이상 사람들은 '슈퍼맨'의 등장을 기대하지 않는다. 과거 사업에서 성공했다고 정치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믿음은 허상이 됐다. 갑자기 들어온 사람이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검증받은 사람'이 더 중요하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전·현직 총리가 1, 2위를 하지 않았나. 현재는 이낙연 전 총리가 대선주자 선호도 1위지만 '독보적'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무응답/모름'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4·15총선 낙선으로 '기스'가 나긴 했지만 두 번째 찬스가 없는 건 아니다."

ㅡ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한 달에 대한 평가는

"그런대로 순항하고 있다고 본다. 이슈 제기에 따른 언론 주목 등도 나름대로 하고 있고, 조만간 정강·정책도 바꾼다는 것 아닌가. 여의도연구원도 나름대로 정비하고 있어 금명간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ㅡ방향은 맞나

"'탈보수다' '진보화다' 이런 식의 이념적 성향에 따른 평가는 시대의 요구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치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이제 사람들은 이념 성향보다 삶의 질 관리와 제고에 더 관심이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행보는 탈이념적 정책지향적 문제 해결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고 봐야 한다."

ㅡ26일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통합당 비호감도는 69%로 1위였다.

"아직은 변화의 상징이 뚜렷하지 않아서 그렇다. 당명이 그대로고, 정강·정책도…개원 협상과 관련해 주호영 원내대표가 외곽을 도는 게 너무 길었다. 여기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것도 있었던 것 같다. 혁신할 수 있는 수단과 계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총선의 연장선에서 나온 결과로 봐야 한다."

ㅡ김종인 비대위의 과제가 있다면

"새로운 역할과 존재감 찾기가 과제다. 통합당은 반대자와 조력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여당을 거부하는 것 외에 딱히 일이 없었고, 다수 우파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제한됐다. 통합당은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실험들이 필요하다. 사람도 키워야 하고…. 여당과 마찬가지로 관용·절제·통합과 상생·공존·공영의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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