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새만금 푸드클러스터 잠재력 커…韓, 아시아 식품허브 기회"
작성자 매일경제
등록일 2019-04-16 16:30:55
조회수 8
추천수 0
첨부파일 20190416_162406.png(143.5 KByte) - download : 0
20190416_163120.png(97.2 KByte) - download : 0

`40년 외길` 글로벌 식품기업 일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국가대표 농식품기업 / 前 농촌진흥청장 민승규가 간다 ◆

한국을 대표하는 농식품기업을 한 곳만 꼽아보라고 할 때 `하림`이라 답한다면 그건 조금은 뻔한 선택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농식품산업에서 하림의 존재감은 크다.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리스트만 봐도 알 수 있다. 공정위가 작년 5월 발표한 자산총액 기준 60개 대기업 명단을 보면 범(汎)농식품기업으로 농협(10위), CJ(15위), 하림(32위), 동원(45위)이 있다.


하지만 농협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고, CJ 역시 스튜디오드래곤과 CJ ENM 등을 통해 문화·콘텐츠사업을 병행 중이다. 따라서 산업 연관성까지 감안한 대한민국 대표 농식품기업은 역시 하림이다. 오늘의 하림을 만든 건 김홍국 회장(62)이다. `고졸 신화`, `40년째 최고경영자(CEO)` 등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그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베이비붐 세대 성공한 기업인 중 고졸 출신은 꽤 흔한 편이고 심지어 초등학교만 졸업한 이도 있기 때문이다. 온갖 역경을 이겨낸 감동 스토리도 `일인일설(一人一說)`이다. 하지만 매출 규모가 꽤 되는 농장을 넘어, 꾸준히 흑자 내는 중소·중견기업을 넘어, 내수 강자인 대기업을 넘어, 농식품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는 거의 없다. 김 회장의 진정한 특별함은 도전정신이다. 김 회장은 "꿈과 목표를 이루고 거기에 머물면 그것은 안주(安住)"라고 강조한다. 김 회장을 인터뷰한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는 "하림의 성공비결은 농장·공장·시장을 통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단순함에 있다"며 "거기에 조직구성원을 적성에 맞게 배치해 전문성을 고도화했다"고 평가했다.

―병아리 10마리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11세 때 외할머니로부터 병아리 10마리를 선물받았다. 미꾸라지와 개구리를 잡고 몰래 쌀독의 쌀까지 퍼내 병아리를 먹였다. 그러니 병아리가 자라 닭이 됐다. 당시 시장에서 병아리 한 마리에 7원, 닭은 250원에 거래됐다. 시세보다 값을 더 쳐 닭 한 마리에 300원 정도를 받고 팔았다. 그 돈으로 다시 병아리 100마리를 샀다. 염소젖을 얻을 목적으로 염소도 키웠고 돼지도 키웠다. 염소는 실패했지만 돼지는 18마리까지 늘었고, 돼지를 팔아 중학교 입학금으로 썼다.




―10대부터 CEO였던 셈이다.

▷18세에 사업자등록을 내고 사장이 됐다. 볏짚사업 할 때는 40~50대 아저씨 직원을 고용했는데, 내 결재를 받기 위해 학교로 찾아오곤 했다. 공무원 한 달 월급이 20만원 정도이던 시절인데, 나는 월수익이 300만원이나 됐다. 40년간 CEO였던 셈이다. 2017년 5월 대기업집단에 신규 편입됐는데 제조업 분야에서 창업자가 들어간 게 20년 만에 처음이라 들었다.

―하림의 시작은 언제인가.

▷1982년 축산파동으로 닭·돼지 값이 폭락해 사업을 접었다. 이후 축산물은 가격 변동이 심해도 2차 산업인 가공식품은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가공식품업에 진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1986년 3월 하림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코리아데리카후드`를 창업했다. 이후 닭 사육 담당 `농장`, 가공을 거쳐 제품을 만드는 `공장`, 그리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시장`을 합친 이른바 `삼장통합(三場統合)` 경영을 했다. 세계 축산 선진기업 경영방식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

―장기간 CEO를 하는 동안 리더십에 변화가 있었나.

▷처음에는 재미였고, 그다음은 돈벌이였고, 지금은 생산성이다. 지금은 돈에 관심 없고 어떻게 하면 경쟁국보다 생산성을 높일지만 고민한다. 적성에 맞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 그 사람의 생산성이 세계 1위가 된다. 기술수준과 능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윤리적으로 행동하고 적성대로 살면 다 천재가 될 수 있다. 나는 적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농업고등학교를 못 가게 해서 가출도 했다. 어머니는 농업을 `빌어먹을 짓`이라며 반대하셨다. 내가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날 보면 한숨만 쉬셨다. 부모님의 말을 안 들을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적성이었다.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서 하림이 적성인 직원을 뽑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한 지방 대학과 채용연계형 적성중심 인재육성 교육을 해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회사와 대학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농업, 식품, 바이오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인 네덜란드 바헤닝언대를 벤치마킹하고 컨설팅을 받았다.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이 적성을 찾아주고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에서라도 우선 해보자는 취지다. 학생들은 1학년 때 윤리적 사고와 윤리적 행동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게 된다. 전공 상관없이 자신의 재능을 다시 찾아보고, 그 재능에 맞는 융합전공 커리큘럼을 이수하게 된다. 그렇게 육성된 인재를 회사가 채용한다.

―하림의 성장에는 절묘한 인수·합병(M&A) 결정이 있었다. 다음 목표가 있나.

▷현재로선 없다. 나의 M&A 원칙은 골격이 큰데 사양관리가 잘못돼 마른 소를 치료해 4~5개월 안에 큰 소를 만드는 것이다. 생산성을 극대화해 글로벌 수준의 유통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표에도 맞아야 한다.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한 이유도 역사·인력·거래처가 다 있기 때문에 조금만 치료하면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곡물 전문 글로벌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곡물사업 핵심이 선박이다. 하림그룹 전체 매출의 35%가 사료사업에서 나왔고, 하림그룹이 연간 수입하는 곡물만 300만t에 육박했다. 국내 항구에 도착하는 곡물가격의 20%가 해상운송비용을 차지할 만큼 곡물과 선박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 모든 에너지의 중심에 곡물이 있다. 곡물로 사료를 만들고 사료로 닭과 돼지를 키워 식품을 가공한다. 하림의 사업도 사실상 곡물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5% 안팎에 불과하다. 특히 사료곡물의 경우 97%를 수입하고 있다.

―2001년 NS홈쇼핑 창업도 미래를 내다본 판단이었나.

▷홈쇼핑이 적자가 나 주식을 팔길래 내가 80%까지 매입했다. 출범 3년 만에 흑자경영으로 돌아섰다. 주가가 5000원에서 20만원까지 올라갔다. 농축수산식품으로 특화된 채널이지만 지금은 홈쇼핑 채널이 너무 많아져서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 농식품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가.

▷새만금 신항만이 개항하면 전주, 군산, 익산 그리고 대전에 이르는 지역이 초대형 식품단지, 즉 푸드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이곳이 북아시아의 식품허브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돈 냄새를 맡고 오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 상인 입맛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 부두에 공업단지를 만드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면 외국에서 오렌지 같은 값싼 원료를 수입한 뒤 우리나라에서 가공해 일본·중국·대만 등 동북아에 판매하는 게 가능해진다. 필리핀과 연해주에도 판매할 수 있다.




―정부가 올해 농식품 수출을 전년 대비 11% 이상 증가한 77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농식품 수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해줘야 할 역할은.

▷수출은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다. 정부는 농식품기업들이 신나게 일하도록 해주면 된다. 우리나라는 농식품 분야 선진국들과 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국내외 시장이 통합됐기 때문에 국내시장이나 수출시장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수출은 언감생심이다. 농식품산업은 분명 미래 유망 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농식품시장이다. 자동차, 철강,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다 합쳐도 식품시장보다 작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도 이 분야에서 무역수지가 320억달러 적자다. 농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매우 낮다는 방증이다. 농식품산업에서 왜 국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판촉을 지원하는 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농식품 분야에서 네덜란드 등 경쟁국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플레이어의 경쟁을 부추겨 업계가 스스로 경쟁력을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

―정부 규제에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중국 최대 사료공급업체인 뉴호프그룹(New Hope Group) 부회장이 `한국은 시장경제를 해야 한다`는 말을 내게 하더라. 뉴호프그룹의 자회사인 캐피털사를 통해 우리와 같이 국내 모 회사를 인수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규제가 너무 많아서 못 하겠다` 하고 돌아가기 전에 남긴 말이다. 중국에서 자기네는 영웅 대우를 받는다고 자랑을 하더라. 기업가정신이 충만해 기가 죽더라. 하지만 규제가 많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규제를 감내한다면 그것 역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규제는 진리가 아닌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쳐달라고 요구하면 된다. 개선되기 전까지는 어쨌든 공동체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규제가 힘들다고 해서 한국인이 한국을 떠나서는 안 된다. 다만 정부는 대동맥(대기업)과 실핏줄(중소기업)이 잘 조화되어야 우리 몸이 건강하듯, 대·중·소기업 숫자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해주어야 한다.

▶▶ 김홍국 회장은

△1957년 전북 익산 출생 △1978년 이리농고 △1986년 하림식품 대표 △1990년 (주)하림 대표 △1993년 한국계육협회 회장 △2000년 전북대 경영대학원 △2001년 하림그룹 회장 △2006년 금탑산업훈장 △2013년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2018년 하림지주 대표이사 회장

[민승규 교수 / 이유섭 기자]


덧글
작성
이      름
비밀번호
close
비밀번호 :
이전글 [최종찬] 소득주도 성장으로 양극화 해결 ...
다음글 [백용호]"불안감 주는 정부의 발언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