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재개발-재건축은 성역이 아니다
작성자 동아일보
등록일 2020-07-07 16:12:16
조회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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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실패 부른 수요-공급 불균형
용적률 높여 도심 효율성 제고할 필요
땅주인 이득 본다고 재건축 영영 안 할 텐가
공급대책 발상 전환해야 집값 안정될 것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그동안 정부의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최근에는 현 정부에 우호적인 정의당과 시민단체까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판하고 있다. 집값 상승에 이어 전·월세 가격까지 상승해 세입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민심이 악화되자 대통령이 긴급히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대책 보완을 지시하고 여당 대표도 사과했다.

왜 정부 대책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가. 주택도 다른 상품과 같이 가격이 안정되려면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 대책은 주로 수요 억제에 치중했다. 다주택자를 투기의 주범으로 인식해 다주택자에게 재산세를 중과하고 각종 주택 구입자금 대출을 억제했다.

다양하고 강력한 수요 억제 대책에 비해 공급 대책은 매우 미흡하다. 서울 외곽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고 서울 지역 일부 자투리땅을 개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효율적인 공급 대책으로 꼽는 재개발과 재건축은 규제를 강화해 오히려 아파트 공급을 축소하고 있다.

현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하는 이유는 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경우 투기 수요가 증가해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그 결과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건축 토지 소유자들이 불로소득을 얻는다는 것이다.

재건축은 용적률을 높여야 사업이 가능해진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토지의 효율성이 높아져 재건축 대상 주택 가격이 오르고 토지 소유자는 이익을 본다. 정부가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은 주택 공급을 늘려 공공이익을 늘리려는 것으로 토지 소유자의 이익은 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토지 소유자의 과도한 개발 이익은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하도록 이미 제도화되어 있다. 재건축으로 토지 소유자가 이익을 본다고 재건축을 영원히 안 할 것인가?

재개발 재건축 확대는 일시적으로 주택 가격 불안 요인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증대시켜 가격 안정에 기여한다. 재건축이 활성화되면 수요자들은 향후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는 인식을 하게 되어 주택 매수에 신중해진다. 최근 서울 한강변 신축 아파트 평당 가격이 희소성으로 1억 원에 근접한다고 한다. 만일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가 재건축되어 한강변에 아파트 공급이 대폭 늘어난다고 하면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인가?

현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주로 서울의 신축 아파트다. 서울에 공급이 늘어야 한다. 서울 지역에는 빈 땅이 별로 없는 만큼 가장 효과적인 공급 대책은 용적률 확대와 재개발 재건축이다. 서울 지역에는 건축한 지 오래되어 낡고 불편한 주택 단지들이 많다. 과거에는 재개발 여건이 안 되어 불가피하게 신도시를 건설하였으나 현재는 재개발할 주택이 많아 이들을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부는 공급 대책으로 서울 외곽에 신도시를 건설하는데 일본의 인구가 감소하고 도심 재개발이 확대되면서 신도시들이 공동화되고 있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땅이 좁은 나라다. 인구밀도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3위이다. 또한 국토 면적의 64%가 산지이고 농경지가 20%로 주택용지 등으로 쓸 수 있는 토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전반적으로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

차제에 재건축 규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아파트 안전진단 제도는 없애야 한다. 안전진단 제도의 취지는 거주하는 데 문제가 없는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것은 자원 낭비라는 것이다. 튼튼한 주택, 빌딩도 필요하면 새로 짓는다. 인근에 지방도, 국도가 있는데도 몇십 분 단축한다고 농지와 산지를 훼손하며 고속도로를 개설한다. 엄청난 자원 낭비다. 왜 집만은 불편해도 참고 살라는 것인가. 택지의 재활용인 재건축을 규제하고 농지 산지를 훼손하는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오히려 자원 낭비다.

수요 억제만으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공급 대책에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수요가 많은 지역의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일시적인 부작용을 우려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회피하는 것은 주택가격 불안을 미래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일이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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